이순신서간첩

이순신 서간첩 - 8월 6일 편지

demilemon 2015. 6. 10. 19:08

<이순신 서간첩 - 86일>



서쪽과 남쪽으로 멀리 떨어져 매양 슬픔과 아픔이 더하더니지금 조카 온을 보고또 너의 편지를 보니 슬픔이 더욱 지극하구나너의 형들은 고향으로 돌아오려하지 않느냐내 비록 숨가쁘지만 명나라 장수가 연이어 도착하여 요구하는 게 번다하니 하나 하나 응하여 들어줄 수가 없구나어쩌겠느냐너는 고향에 있으면서 어떻게 살고 있느냐마땅히 속히 내려오는 게 좋겠구나탈만한 말이 없으면 회에게 있는 말을 상의하여 타고 오는 게 좋겠다이 편지를 회에게 보여주어라나머지는 다 쓰지 않는다.

8월 6일 숙부


(원문)

西南遠隔 每增愴痛 今見蘊姪 又見汝書 悲慟尤極 汝兄等不欲

還鄕耶 吾雖似粗喘 天將疊到 求索煩多 未能一一應答

奈何奈何 汝在故土 何以爲度 須

速下來 爲可爲可 無可騎 則

薈處馬相議騎來 爲可

爲可 此書示于薈處可可 餘

不盡

八月初六日 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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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8년 전 쯤 초서 공부하겠다고 난중일기를 제본해 놓고는 단 한 번도 펼쳐보지 않았다. 지난 번 영화 명량이 개봉했을 때, 책장에 둔 난중일기가 생각나서 그 후로 다시 공부하겠다고 며칠 보다가 다시 또 잊어버렸다. 이번엔 이순신 서간첩이다. 편지 몇 장 되지 않는데 생각날 때마다 보려고 한다. 언제 다 볼지는 모르겠다.

이 편지는 이순신이 조카에게 보낸 것이다. 옛 간찰이라는 게 다 그렇듯이 수취자를 확인할 수 있는 편지는 많지 않다. 피봉이 있으면 수취자가 사는 동네나 호가 적혀져 있어 찾아볼 수 있지만, 그것도 그리 쉬운 편은 아니다. 이 편지도 서간첩에 포함되어 있어 이순신의 편지라는 것은 알 수 있지만, 피봉도 없고 누구에게 쓴 것인지도 알 수 없다. 쓴 사람이 자신을 숙부라고 하였으니 받는 사람은 조카일 것이다. 편지에서 지금 막 온(蘊)이라는 조카를 만나고, 이 편지를 받는 사람이 먼저 보낸 편지를 받아보았다고 하였으니, 아마도 온과 이 편지의 수취자는 형제일 가능성이 있으며 온의 형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간단히 만인보에서 찾아본 바로는 이온(李蘊)이라는 조카의 정보가 확인되지 않는다. 이순신의 아들은 이회(李薈)나 이면(李葂)과 같이 초두(艹)를 항렬자로 쓴다. 그러므로 이온(李蘊)이 이순신의 조카임은 틀림 없을 것이다. 덕수이씨 족보를 확인해봐야 할 것이다.

편지를 쓴 시기는 8월 6일이고, 명나라 장수가 도착하였다는 것으로 연도는 어느 정도 추정이 가능할 것이다. 제대로 된 원병은 1592년 겨울에나 북방에 도착하므로 임진년 개전 초기는 아닐 것으로 보인다. 또한 통제영에 있는 이순신이 명나라 장수를 만나는 것은 명에서 수군을 원병으로 보낸 1598년 7월 이후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이 편지는 1598년 8월 6일 정유재란 말기에 쓴 것으로 추정된다. 

이순신이 이 편지를 쓸 당시 수영에 있었을 것이라고 본 것은 서남원격(西南遠隔)이라는 표현 때문이다. 여기에서 서쪽은 이순신의 고향인 아산, 남쪽은 현재 이순신이 주둔한 남해의 수영으로 보았다. 임진왜란 전황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므로 이런 추정들은 오류가 있을 수 있다. 공부해서 보완해야 한다. 

'吾雖似粗喘'이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천식 같은 질환이 있는 것인지, 명의 장수가 연달아 와서 요구하는 것이 번다하여 숨이 찬다는 말인지 확실치 않다. 용례를 확인해야 한다. 흔히 알려져 있는 것처럼 명의 장수들이 이순신을 괴롭힌 사실은 이 편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