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서간첩 - 1593년 7월 16일>
현 지평(指平) 정안(靜案)에 회납(回納)
임금께서 건강이 회복되신 것은 신하와 백성들의 경사이니 그 기쁨을 어찌 말하겠습니까? 난리로 흩어져 떠돌아다니는 어지러운 상황에서 (현지평을) 그리워함이 참으로 간절하였는데, 뜻밖에 심부름꾼이 와서 월초에 써주신 편지를 받아 떨리는 손으로 펼쳐 읽었더니 위로되어 가슴이 트이는 것이 평소보다 배나 더합니다. 하물며 편지 가득한 말씀이 정중한 것이겠습니까? 서늘한 가을이 교외에 찾아든 요사이에, 생각하건대 고요히 기거하시는 체후가 더욱 좋아지셨을 것이니 구구한 제 마음이 위로되어 근심이 풀어짐을 비유할 바 모르겠습니다. 저는 고생스런 전쟁터에 있으나 나라의 은혜가 망극하여, 품계가 정헌대부에 올랐으니, 감격스러움이 지극합니다. 삼가 생각하건대 호남은 나라를 지키는 보루이니, 만약 호남이 없다면 국가도 없을 것입니다. 이 때문에 지난날 한산도로 나아가 진을 쳐서 해로를 막는 계책을 한 것입니다. 이러한 난리 가운데 옛 정을 잊지 않고 멀리서 위문하여 주시고, 겸하여 각종 선물을 받았는데 진중에서는 귀한 물건이 아닌 것이 없습니다. 깊이 감사드립니다. 알 수 없으나 어느 날에야 비린내 나는 먼지를 털어내고 평소 서로 교유하던 회포를 다 풀 수 있을까요? 편지를 대하니 다만 더욱 근심스러울 뿐입니다. 나머지는 매우 심난하여 다 쓰지 못합니다. 급히 어지럽게 쓰고, 답장하는 예를 다 갖추지 못했습니다.
계사년(1593) 7월 16일 척하 이순신 절하고 씁니다.
(원문)
玄 持平 靜案 回納
上候康復 臣民之慶 忭祝何言 流離板蕩之餘 懷
仰政切 忽此伻來 承拜月初所出書 忙手披
讀 慰豁倍切于平昔 況滿紙辭意鄭重者
乎 新凉入郊 伏惟
靜中起居增重 區區慰釋 不知所喩 戚下
績苦兵間
國恩罔極 階陞正憲 感頌無地 窃想湖南
國家之保障 若無湖南 是無國家 是以
昨日進陳于閑山島 以爲遮遏海路之計耳
如此亂離之中 不忘旧誼 遠投慰問 兼
受各種之惠 無非陣中之貴物 沈感
無已 未知何日掃除腥塵 極敍平昔遊
從之懷耶 臨紙徒切悒悒耳 餘極撓 胡
草不備謝例
癸巳七月十六日 戚下 李舜臣 拜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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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왜란이 일어난 이듬해인 1593년 가을 7월에 이순신이 외척인 현지평(현덕승)에게 보낸 답장이다. 이 편지에서는 한산도에서 왜군의 해로 진격을 막은 일에 대한 이순신의 생각을 알 수 있다. 한산대첩은 호남을 왜군으로부터 보호하게 한 중요한 전투로서, 곡창지대인 전라도가 온전하여 임진왜란의 전황을 바꿀 수 있었던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순신은 이 전쟁에서 호남을 지키는 것이 나라의 존망을 가르는 중요한 일이었음을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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